부산 금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겨울 집중기 학습 시간에 학교 옆 동산에 올라 나무 열매를 따고 있다.
[교실 밖 교실] 부산 금성초 ‘이색 실험’
“도시 학교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학교 모델” “아이들이 자연과 친구와 선생님과 어울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작고 아름다운 학교” ….
부산 금성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부산시교육청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들의 일부다. 이들의 글에서 느낄 수 있듯이 금성초등학교는 좀 특별하다. 대도시에 있으면서도 학생수가 106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라는 점이 그렇고, 기존 교육과정 테두리 안에서도 1년 내내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이 이뤄진다는 점도 남다르다. 아이들도 “학교 오는 것이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모들은 보내고 싶고, 아이들은 가고 싶어하는 학교, 그 꿈이 이 학교에서는 현실이 된다. 물론 행복한 학교의 꿈이 거저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교육청의 지원이 보태져 빚어낸 결과다.
통합교과형 과정 체험 위주로 수업
교사·학부모·동문 하나로 힘 모아
좋은 학교 소문에 학생 갑절 늘어 ■ ‘공립 대안학교’를 꿈꾸다=금성초등학교의 변화는 부산지역 교사 연구모임에서 비롯됐다. 2003년부터 부산교육연구소 등과 함께 ‘좋은 학교 만들기’를 꿈꾸던 교사들이 2005년 교육청에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을 제안했고, 교육청도 이들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실현 방안 검토에 나섰다. 교사들과 교육청은 때마침 학생 수가 적어 폐교 위기를 겪고 있던 금정산 자락의 금성초등학교를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대안적인 교육을 실험할 학교로 선정했다. 교육청은 금성초등학교를 ‘교육과정 운영 혁신 모델학교’로 지정하고, 그동안 준비해 온 교사들을 이 학교로 전근시켜줬다. 연구학교 예산도 지원해줬다. 이런 과정을 겨처 2006년 3월 ‘새로운 학교 만들기’의 첫발을 뗄 수 있었다. ‘좋은 학교’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학이 이어져 연구학교 시작 당시 46명이던 학생 수가 현재는 106명으로 늘었다. 특히 1학년은 26명이나 돼, 전입을 제한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 ‘몰입’이 있는 통합교육과정=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대안학교가 아니면서도 통합교과형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는 데 있다. 각 교과에서 한 주제와 관련된 단원들을 뽑아내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뒤 체험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올해 진행된 프로젝트 수업은 숲체험, 문화예술체험교실, 목공놀이, 영화로 수다 떨기, 전통의 세계, 조상의 슬기가 깃든 옛이야기 등이다. 학년별로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5개까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산성이 있는 금정산 줄기에 자리잡은 학교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학교 주변의 문화 유적지와 자연 환경을 살펴보는 금정산 프로젝트는 전 학년이 매달 한 번씩 토요일에 전일제 체험학습으로 실시한다. 영화와 문화예술체험교실, 숲체험은 교육과정 재구성 단계부터 수업까지 외부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댄다. 문화예술체험교실의 경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예술 선도학교로 선정돼 강사비 등을 지원받는다. 오병헌 교장은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는 것이 매우 힘들 뿐 아니라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며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제 중심의 통합교육과정 재구성은 교과별로 교과서 진도에 따라 40분씩 진행되는 분절적인 수업이 “아이들의 삶은 통합적인 실재”라는 현실과 겉돌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최윤철 교사는 “아이들이 배움이 즐거워 몰입하게 하려면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에 맞는 주제를 골라 통합적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며 “수업 방식도 아이들의 구체적인 생활에서 출발해 몸소 겪어 보며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실시되는 집중기 학습도 ‘몰입하는 배움’과 맥이 닿아 있다. 교육 과정상 일주일에 1~2시간씩 배정돼 있는 재량활동 시간을 이 기간에 집중 배치해 의미 있는 체험이 이뤄지도록 한다. 집중기 학습은 4일 동안 이뤄지는데, 아이들은 학년과 상관없이 자기가 선택한 분야를 배운다. 이번 겨울 집중기 학습 때는 영화, 목공, 농구, 숲체험 및 민속놀이, 염색, 등산, 연극놀이 등 7가지 분야가 마련됐다. 지난해 도심의 큰 학교에서 전학 온 4학년 강영훈(11)군은 “이전 학교와 달리 몸으로 직접 해 보는 수업이 많아 공부가 재미있고 이해도 더 쉽게 된다”고 말했다. ■ 모두가 하나 되는 학교=금성초등학교는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재학생들과 여러 지역에서 전학 온 아이들, 지역 주민과 새로 온 학부모, 동문 등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작은 공동체다. 최 교사는 “전학 온 아이들 중에는 이전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 등으로 상처를 받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한 식구가 된다”고 말했다. 3~6학년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일주일에 1시간씩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다모임 활동은 ‘함께하는 어울림’이라는 이 학교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여름에는 ‘금성 가족’으로서 우정을 다지는 뒷뜰야영을 한다.
지역과도 하나가 된다. 지역 축제인 금정산 생명축전이 열릴 때면 아이들은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벽화도 그리고, 밴드와 민요 등 공연을 선보인다. “아이 하나하나를 배려해주는 학교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 이 학교로 옮긴 뒤에는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 지난해 두 딸을 이 학교로 전학시킨 박유경(38)씨는 “우리 집 애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낸다’는 말”이라며 밝게 웃었다. 부산/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교사·학부모·동문 하나로 힘 모아
좋은 학교 소문에 학생 갑절 늘어 ■ ‘공립 대안학교’를 꿈꾸다=금성초등학교의 변화는 부산지역 교사 연구모임에서 비롯됐다. 2003년부터 부산교육연구소 등과 함께 ‘좋은 학교 만들기’를 꿈꾸던 교사들이 2005년 교육청에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을 제안했고, 교육청도 이들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실현 방안 검토에 나섰다. 교사들과 교육청은 때마침 학생 수가 적어 폐교 위기를 겪고 있던 금정산 자락의 금성초등학교를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대안적인 교육을 실험할 학교로 선정했다. 교육청은 금성초등학교를 ‘교육과정 운영 혁신 모델학교’로 지정하고, 그동안 준비해 온 교사들을 이 학교로 전근시켜줬다. 연구학교 예산도 지원해줬다. 이런 과정을 겨처 2006년 3월 ‘새로운 학교 만들기’의 첫발을 뗄 수 있었다. ‘좋은 학교’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학이 이어져 연구학교 시작 당시 46명이던 학생 수가 현재는 106명으로 늘었다. 특히 1학년은 26명이나 돼, 전입을 제한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 ‘몰입’이 있는 통합교육과정=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대안학교가 아니면서도 통합교과형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는 데 있다. 각 교과에서 한 주제와 관련된 단원들을 뽑아내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뒤 체험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올해 진행된 프로젝트 수업은 숲체험, 문화예술체험교실, 목공놀이, 영화로 수다 떨기, 전통의 세계, 조상의 슬기가 깃든 옛이야기 등이다. 학년별로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5개까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산성이 있는 금정산 줄기에 자리잡은 학교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학교 주변의 문화 유적지와 자연 환경을 살펴보는 금정산 프로젝트는 전 학년이 매달 한 번씩 토요일에 전일제 체험학습으로 실시한다. 영화와 문화예술체험교실, 숲체험은 교육과정 재구성 단계부터 수업까지 외부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댄다. 문화예술체험교실의 경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예술 선도학교로 선정돼 강사비 등을 지원받는다. 오병헌 교장은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는 것이 매우 힘들 뿐 아니라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며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제 중심의 통합교육과정 재구성은 교과별로 교과서 진도에 따라 40분씩 진행되는 분절적인 수업이 “아이들의 삶은 통합적인 실재”라는 현실과 겉돌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최윤철 교사는 “아이들이 배움이 즐거워 몰입하게 하려면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에 맞는 주제를 골라 통합적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며 “수업 방식도 아이들의 구체적인 생활에서 출발해 몸소 겪어 보며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실시되는 집중기 학습도 ‘몰입하는 배움’과 맥이 닿아 있다. 교육 과정상 일주일에 1~2시간씩 배정돼 있는 재량활동 시간을 이 기간에 집중 배치해 의미 있는 체험이 이뤄지도록 한다. 집중기 학습은 4일 동안 이뤄지는데, 아이들은 학년과 상관없이 자기가 선택한 분야를 배운다. 이번 겨울 집중기 학습 때는 영화, 목공, 농구, 숲체험 및 민속놀이, 염색, 등산, 연극놀이 등 7가지 분야가 마련됐다. 지난해 도심의 큰 학교에서 전학 온 4학년 강영훈(11)군은 “이전 학교와 달리 몸으로 직접 해 보는 수업이 많아 공부가 재미있고 이해도 더 쉽게 된다”고 말했다. ■ 모두가 하나 되는 학교=금성초등학교는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재학생들과 여러 지역에서 전학 온 아이들, 지역 주민과 새로 온 학부모, 동문 등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작은 공동체다. 최 교사는 “전학 온 아이들 중에는 이전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 등으로 상처를 받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한 식구가 된다”고 말했다. 3~6학년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일주일에 1시간씩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다모임 활동은 ‘함께하는 어울림’이라는 이 학교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여름에는 ‘금성 가족’으로서 우정을 다지는 뒷뜰야영을 한다.
지역과도 하나가 된다. 지역 축제인 금정산 생명축전이 열릴 때면 아이들은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벽화도 그리고, 밴드와 민요 등 공연을 선보인다. “아이 하나하나를 배려해주는 학교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 이 학교로 옮긴 뒤에는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 지난해 두 딸을 이 학교로 전학시킨 박유경(38)씨는 “우리 집 애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낸다’는 말”이라며 밝게 웃었다. 부산/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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