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의 ‘잡 쉐도잉’ 프로그램인 ‘2008 커리어 위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방송 제작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하자센터 제공
[교실 밖 교실] 하자센터 청소년 ‘잡쉐도잉’
직접 현장 찾아 특성·자질 배워
막연한 꿈 구체화하는 계기
3월부터 매달 한곳씩 탐방 계획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내는 〈한국직업사전〉에 수록된 직업 숫자는 무려 1만2천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그리는 직업의 세계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직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의 71.8%, 중학생의 59.6%, 고교생의 46.2%가 교사·의사·연예인 등 상위 10개 직업을 희망직업으로 꼽았다. 이와 같은 특정 직업에 대한 편중은 ‘묻지마식’ 직업 선호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난 앞으로 뭘 해먹고 살지?〉라는 책에서 “청소년 대상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의 적성을 잘 안다는 응답이 14%에 불과하고, 자신이 갖고 싶은 직업에 대해서도 46%가 모른다고 응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학지도’만 있고 ‘진로지도’는 없는 우리나라 교육풍토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대안적인 청소년 학습 공간인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올해부터 ‘잡 쉐도잉’(job shadowing)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잡 쉐도잉’은 직장에 찾아가 특정 직업인(멘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직업의 특성과 직업에 필요한 자질 등을 배우는 직업 체험 프로그램. 하자센터 조유나 팀장은 “청소년들의 직업 세계는 막연한 생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직업현장 체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좀더 구체화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자센터는 올해 첫 ‘잡 쉐도잉’ 프로그램으로 지난 21~26일 ‘2008 커리어 위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만 13살부터 18살까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은 뒤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프로그램에 참가할 청소년을 선발했다.
이들이 체험한 직업현장은 한국방송(KBS). 이들은 한국방송 스튜디오를 방문해 옴부즈만 프로그램인 ‘TV비평 시청자 데스크’ 제작 과정을 지켜보고, 피디와 아나운서, 방송작가, 카메라맨 등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GO! GO! 시청자 속으로’라는 코너에는 직접 패널로 출연해 ‘대왕 세종’ 등 한국방송의 세 가지 프로그램에 대해 비평하는 기회도 가졌다.
방송국 ‘잡 쉐도잉’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자기가 꿈꾸던 직업 현장을 직접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다큐 피디가 꿈이라는 서울 대원외고 3학년 임은경(18)양은 “막연하게 피디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실제로 피디 선생님이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양은 또 “방송국 견학 도중 피디 선생님한테서 ‘오늘 밤을 새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도 그 일이 즐겁게 느껴졌다”며 “앞으로 대학에 가더라도 목표의식을 갖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서울 성사중 3학년 백요선(16)양은 “피디 이외에 아나운서, 작가, 에프디 등 방송국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업으로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 간디학교 1학년 허예림(17)양은 “오래 전부터 피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 꿈에 한 발 더 다가서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진로교육에 무심한 어른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경기 안산 원곡고 2학년 서소례(18)양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정하고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는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시키는 데만 신경을 쓴다”며 “나중에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어 뒤늦게 다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낭비 아니냐”고 말했다. 전북 완주 화산중 3학년 서새롬(16)양은 “자기의 적성과 흥미도 모른 채 다른 사람 눈에 근사해 보이는 직업만 찾는 세태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하자센터는 이번 겨울방학 커리어 위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오는 3월부터 매달 직업현장 한 곳씩을 정해 ‘잡 쉐도잉’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게임 개발 업체인 엔씨소프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인천국제공항 등은 확정된 상태이고 박물관, 테마파크, 대형 마트 등은 섭외 중이다.
조 팀장은 “‘잡 쉐도잉’을 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업체와 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이라며 “새롭고 창의적인 사회공헌을 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직업체험 하고픈 청소년 여기로 오세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 볼 기회가 부족하다. 하자센터 이외에 ‘잡 쉐도잉’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곳으로는 한국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인턴십센터(yintern.or.kr) 정도가 눈에 띈다. ■ 청소년인턴십 프로젝트=한국청소년재단이 지난해 5월부터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인턴십 프로젝트는 주로 도시형 대안학교와 탈학교 청소년, 쉼터 등 교육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일터를 직접 찾아가 두 달 동안 직업인(멘토)한테서 일대일로 지도를 받으며 직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인턴십이 이뤄진 직업은 한복디자이너, 헤어디자이너, 유치원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애견 미용, 농장 운영 등 60여개에 이른다. ■ 하자센터 일일 직업체험 프로젝트=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학급별 단체 참가가 주를 이룬다. 영상, 음향, 요리, 바리스타 등 30여개의 직업체험 프로그램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참가할 수 있다. 노는 토요일에는 개인 참가자들을 모아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놀토에는 같은 직업군에 속한 연관 직업 2~3개를 묶어 한꺼번에 수강할 수도 있다. 한 달에 네 차례, 하루에 2시간씩 8시간 동안 한 가지 직업을 깊게 체험하는 ‘일취월짱’이라는 심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청소년 전용 직업·진로 정보 사이트인 ‘커리어 하자’(career.haja.net)도 문을 열었다. ■ 잡 스쿨=노동부 산하 전국 고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이틀짜리 직업체험 프로그램이다. 첫째날에는 강의를 듣고, 둘째날에는 선택한 직업과 관련된 대학과 기업체를 방문한다. 중·고교생 대상이며, 20~40명 단위로 단체 신청만 받는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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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매달 한곳씩 탐방 계획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내는 〈한국직업사전〉에 수록된 직업 숫자는 무려 1만2천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그리는 직업의 세계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직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의 71.8%, 중학생의 59.6%, 고교생의 46.2%가 교사·의사·연예인 등 상위 10개 직업을 희망직업으로 꼽았다. 이와 같은 특정 직업에 대한 편중은 ‘묻지마식’ 직업 선호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난 앞으로 뭘 해먹고 살지?〉라는 책에서 “청소년 대상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의 적성을 잘 안다는 응답이 14%에 불과하고, 자신이 갖고 싶은 직업에 대해서도 46%가 모른다고 응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학지도’만 있고 ‘진로지도’는 없는 우리나라 교육풍토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대안적인 청소년 학습 공간인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올해부터 ‘잡 쉐도잉’(job shadowing)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잡 쉐도잉’은 직장에 찾아가 특정 직업인(멘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직업의 특성과 직업에 필요한 자질 등을 배우는 직업 체험 프로그램. 하자센터 조유나 팀장은 “청소년들의 직업 세계는 막연한 생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직업현장 체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좀더 구체화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자센터는 올해 첫 ‘잡 쉐도잉’ 프로그램으로 지난 21~26일 ‘2008 커리어 위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만 13살부터 18살까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은 뒤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프로그램에 참가할 청소년을 선발했다.
하자센터의 ‘잡 쉐도잉’ 프로그램인 ‘2008 커리어 위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방송 제작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하자센터 제공
직업체험 하고픈 청소년 여기로 오세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 볼 기회가 부족하다. 하자센터 이외에 ‘잡 쉐도잉’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곳으로는 한국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인턴십센터(yintern.or.kr) 정도가 눈에 띈다. ■ 청소년인턴십 프로젝트=한국청소년재단이 지난해 5월부터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인턴십 프로젝트는 주로 도시형 대안학교와 탈학교 청소년, 쉼터 등 교육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일터를 직접 찾아가 두 달 동안 직업인(멘토)한테서 일대일로 지도를 받으며 직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인턴십이 이뤄진 직업은 한복디자이너, 헤어디자이너, 유치원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애견 미용, 농장 운영 등 60여개에 이른다. ■ 하자센터 일일 직업체험 프로젝트=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학급별 단체 참가가 주를 이룬다. 영상, 음향, 요리, 바리스타 등 30여개의 직업체험 프로그램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참가할 수 있다. 노는 토요일에는 개인 참가자들을 모아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놀토에는 같은 직업군에 속한 연관 직업 2~3개를 묶어 한꺼번에 수강할 수도 있다. 한 달에 네 차례, 하루에 2시간씩 8시간 동안 한 가지 직업을 깊게 체험하는 ‘일취월짱’이라는 심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청소년 전용 직업·진로 정보 사이트인 ‘커리어 하자’(career.haja.net)도 문을 열었다. ■ 잡 스쿨=노동부 산하 전국 고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이틀짜리 직업체험 프로그램이다. 첫째날에는 강의를 듣고, 둘째날에는 선택한 직업과 관련된 대학과 기업체를 방문한다. 중·고교생 대상이며, 20~40명 단위로 단체 신청만 받는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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