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개혁연구회 일곱번째 모임에 참석한 교사들이 ‘학교 사례 전시회’에 전시된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교실 밖 교실] 교육개혁연구회 올해 방향 모색
문제 원인은 제도보다 철학 부재
대안적 사유 실천 사례 토론하며
제도 한계 넘은 좋은 교육 고민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은 흔히들 제도가 문제라고 한다. 해법도 제도 변화에서 찾는다. 그러나 교육제도가 아무리 바뀐들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아름다운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모임인 ‘학교교육개혁연구회’가 ‘제도’가 아니라 ‘정신’에서 교육문제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마다 연초에 모여 ‘학교를 단위로 한 변화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서로의 생각과 교육실천 사례를 나눠 온 연구회의 일곱 번째 이야기 마당이 3~6일 충남 논산 건양대에서 열렸다. 올해의 주제는 ‘사유하는 학교’다. ■ 왜 ‘사유’인가?=‘사유하는 학교’라는 주제는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문제의 근본 원인이 얼과 혼, 철학의 부재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연구회 운영위원인 이용훈 경남 밀양 무안중 교장은 “우리 자신의 삶과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일상적 학교교육 현장에 대해서 한번 깊이 돌이켜볼 수 있다면 현재의 제도적 난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교육이 가능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제도적 모순의 대대적인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이번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그렇다면 교육의 변화를 꿈꾸는 교사들이 사유해야 할 주제는 무엇일까? 고병헌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사유하는 교사’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간’과 ‘미래’를 두 가지 핵심 주제로 꼽았다. 그는 ‘사유하는 교사’에겐 학생을 정보를 채워 넣고 ‘프로그래밍’ 해야 할 기계가 아닌 전인격적 존재로 존중하고, 시대변화의 핵심적 성격과 변화된 시대의 요구를 고려해 학습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인간에 대해 사유해야 하는 이유는 학생 고유의 ‘인간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모든 교수법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고, 미래에 대한 성찰적 사유가 필요한 이유는 ‘지금’ 받은 교육의 힘으로 ‘미래’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교육을 통해 길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사유하는 학교’의 모습=연구회가 이번 모임의 주제로 삼은 ‘사유하는 학교’란 “‘철학하기’를 통해 얼과 뜻이 깊이 고취된 ‘살아 있는 학교’”다. 학교 발표 시간에는 ‘사유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천 사례들이 소개됐다.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는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꿈꾸던 교사들과 학부모,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폐교 위기를 넘기고 공교육의 희망으로 우뚝 선 학교다. 학생수 130여명의 이 작은 학교는 ‘내 삶의 주인은 나, 더불어 사는 우리’를 지표로 삼아, 작고 느린 것을 통해 인간다움을 찾고,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노력한다. 산과 들로 둘러싸인 학교의 지리적 장점을 십분 활용해 환경생태체험 등 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을 1년 내내 운영한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인 ‘다모임 학습’ 시간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고 모두가 지켜야 할 규칙을 스스로 정한다. 학부모들은 교사·학부모 연석회의를 통해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1년에 두 차례씩 교육계획 수립 및 평가를 위한 교사·학부모 공동연수도 연다. 이 학교 이갑순 교사는 “학교의 표준화와 지식 중심의 경쟁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적 사유와 교육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공교육내 대안적인 교육실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 광주 남한산초등학교, 전북 완주 삼우초등학교, 경북 상주 남부초등학교, 부산 금성초등학교 등에서도 거산초등학교와 같은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의 대안교육’ 실험이 진행 중이다. 평교사 출신으로 지난해 9월 교장공모제를 통해 충남 홍성 홍동중에 부임한 이정로 교장은 새로운 학교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공부가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지루해진다”며 “자신의 삶 전체를 설계하는 진로교육을 하고, 평생학습 사회에 필요한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토론·글쓰기와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짜고,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북 임실교육청 장위현 교육장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등 농촌학교가 갖고 있는 천혜의 교육적 자원을 활용해 도시에서 거꾸로 유학 오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섬진강 참 좋은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임실교육청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섬진강 시인’ 김용택 교사가 근무하는 덕치초등학교를 ‘도·농 교환학교’ 프로그램 시범학교로 지정해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원어민 교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영어를 배우는 ‘영어체험학습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대안학교 분과에서는 자연을 존중하고 생태적 순환 원리를 그대로 따라 학교 건물을 지은 산마을학교의 ‘일상 속에서 생태적 감수성 키우기’와 도시 속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의 자연놀이, 옥상생태공원의 사계 관찰, 숲살이를 통한 생태교육 사례 등이 발표됐다. 논산/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대안적 사유 실천 사례 토론하며
제도 한계 넘은 좋은 교육 고민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은 흔히들 제도가 문제라고 한다. 해법도 제도 변화에서 찾는다. 그러나 교육제도가 아무리 바뀐들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아름다운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모임인 ‘학교교육개혁연구회’가 ‘제도’가 아니라 ‘정신’에서 교육문제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마다 연초에 모여 ‘학교를 단위로 한 변화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서로의 생각과 교육실천 사례를 나눠 온 연구회의 일곱 번째 이야기 마당이 3~6일 충남 논산 건양대에서 열렸다. 올해의 주제는 ‘사유하는 학교’다. ■ 왜 ‘사유’인가?=‘사유하는 학교’라는 주제는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문제의 근본 원인이 얼과 혼, 철학의 부재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연구회 운영위원인 이용훈 경남 밀양 무안중 교장은 “우리 자신의 삶과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일상적 학교교육 현장에 대해서 한번 깊이 돌이켜볼 수 있다면 현재의 제도적 난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교육이 가능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제도적 모순의 대대적인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이번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그렇다면 교육의 변화를 꿈꾸는 교사들이 사유해야 할 주제는 무엇일까? 고병헌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사유하는 교사’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간’과 ‘미래’를 두 가지 핵심 주제로 꼽았다. 그는 ‘사유하는 교사’에겐 학생을 정보를 채워 넣고 ‘프로그래밍’ 해야 할 기계가 아닌 전인격적 존재로 존중하고, 시대변화의 핵심적 성격과 변화된 시대의 요구를 고려해 학습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인간에 대해 사유해야 하는 이유는 학생 고유의 ‘인간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모든 교수법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고, 미래에 대한 성찰적 사유가 필요한 이유는 ‘지금’ 받은 교육의 힘으로 ‘미래’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교육을 통해 길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사유하는 학교’의 모습=연구회가 이번 모임의 주제로 삼은 ‘사유하는 학교’란 “‘철학하기’를 통해 얼과 뜻이 깊이 고취된 ‘살아 있는 학교’”다. 학교 발표 시간에는 ‘사유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천 사례들이 소개됐다.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는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꿈꾸던 교사들과 학부모,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폐교 위기를 넘기고 공교육의 희망으로 우뚝 선 학교다. 학생수 130여명의 이 작은 학교는 ‘내 삶의 주인은 나, 더불어 사는 우리’를 지표로 삼아, 작고 느린 것을 통해 인간다움을 찾고,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노력한다. 산과 들로 둘러싸인 학교의 지리적 장점을 십분 활용해 환경생태체험 등 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을 1년 내내 운영한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인 ‘다모임 학습’ 시간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고 모두가 지켜야 할 규칙을 스스로 정한다. 학부모들은 교사·학부모 연석회의를 통해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1년에 두 차례씩 교육계획 수립 및 평가를 위한 교사·학부모 공동연수도 연다. 이 학교 이갑순 교사는 “학교의 표준화와 지식 중심의 경쟁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적 사유와 교육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공교육내 대안적인 교육실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 광주 남한산초등학교, 전북 완주 삼우초등학교, 경북 상주 남부초등학교, 부산 금성초등학교 등에서도 거산초등학교와 같은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의 대안교육’ 실험이 진행 중이다. 평교사 출신으로 지난해 9월 교장공모제를 통해 충남 홍성 홍동중에 부임한 이정로 교장은 새로운 학교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공부가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지루해진다”며 “자신의 삶 전체를 설계하는 진로교육을 하고, 평생학습 사회에 필요한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토론·글쓰기와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짜고,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북 임실교육청 장위현 교육장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등 농촌학교가 갖고 있는 천혜의 교육적 자원을 활용해 도시에서 거꾸로 유학 오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섬진강 참 좋은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임실교육청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섬진강 시인’ 김용택 교사가 근무하는 덕치초등학교를 ‘도·농 교환학교’ 프로그램 시범학교로 지정해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원어민 교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영어를 배우는 ‘영어체험학습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대안학교 분과에서는 자연을 존중하고 생태적 순환 원리를 그대로 따라 학교 건물을 지은 산마을학교의 ‘일상 속에서 생태적 감수성 키우기’와 도시 속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의 자연놀이, 옥상생태공원의 사계 관찰, 숲살이를 통한 생태교육 사례 등이 발표됐다. 논산/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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