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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제도권 틀안 대안학교 철학, 학부모가 지켜야”

등록 2008-01-14 19:10

‘대안교육 학부모연대’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명철(51) 간디교육공동체 대표
‘대안교육 학부모연대’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명철(51) 간디교육공동체 대표
[교실 밖 교실] ‘대안교육 학부모연대’ 김명철 추진위원장
우리 사회에서 ‘대안교육’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들이 세워졌고, 학부모들의 성향도 다양해졌다. 대안학교를 표방하는 학교 가운데 일부는 이미 ‘대안성’을 상실해 더이상 대안학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운동’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던 초창기 학부모와 달리, 요즘에는 대안학교를 ‘내 아이’를 위한 또 하나의 좋은 학교 정도로 여기는 이기적인 학부모도 많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대안교육운동 진영에서 전국 단위의 대안교육 학부모 모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대안교육연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대안학교 27곳의 학부모 150여 명은 지난해 11월24~25일 경기 광명 볍씨학교에서 처음으로 ‘대안학교 학부모 한마당’을 열어, ‘대안교육 학부모연대’를 꾸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안교육 학부모연대’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명철(51) 간디교육공동체 대표를 만나 학부모연대 설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필요성 등을 들어 봤다. 김 대표는 큰 딸이 경남 산청 간디학교를 졸업했고, 둘째 딸이 충북 제천 간디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간디 학부모’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인가 받으면 학력 인정
짝퉁 대안학교 난립·정부간섭 우려
“학부모들 힘 모아 목소리 내야죠”

김 대표는 대안교육 학부모 모임을 만들기로 한 데에는 대안학교를 ‘각종학교’ 형태로 인정해주기로 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대안학교 법제화’의 후속 조처로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올해부터 교육청의 설립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들이 일정한 심의를 거쳐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안교육운동 진영에서는 대안학교가 제도화할 경우, 입시학원 등 대안교육에 대한 철학도 없는 이들이 너도나도 대안학교 설립에 뛰어들어 무늬만 대안학교인 사립학교들이 난립해 대안학교의 정체성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 당국의 통제와 간섭으로 대안학교 고유의 교육철학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김 대표는 “특성화학교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인가를 받게 되면 상당 부분 교육 당국이 제시하는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고 교사들의 교육 외적인 업무도 많아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올해부터 당장 인가를 받지 않는 대안학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대안학교 법제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학부모들이 의견을 나누고 힘을 모을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학부모 모임이 자리를 잡으면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의 한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비 반환운동이 한 예다. 그는 “미인가 대안학교 학부모들도 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들인데 교육에 관한 한 국가로부터 어떤 혜택도 못 받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교육비 반환소송 등 국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덴마크의 경우, 학부모들이 기존 학교에 보내지 않고 대안학교(프리 스콜레)를 만들면 국가가 교육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대안학교 학부모들은 남들이 가지 않는 힘든 길을 걷는 사람들이기에 모이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만나 외롭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정보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학교의 학부모들은 멘토로서 신생 학교나 어려움에 처한 학교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학부모들이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학교 학부모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부모들이 대안학교를 통해 ‘전인교육’과 ‘입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방’에 잡으려고 욕심을 낸다는 것이다. 입학 당시에는 ‘학교의 교육철학에 동의한다’고 해놓고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왜 이런 것은 가르치지 않느냐’며 다른 말을 하는 이중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부모들이 아이의 경쟁력에 대한 불안을 털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온 사회를 휩쓸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모들의 두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낼 힘을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요?”

글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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