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수사-기소 분리, 개혁 로드맵 함께 제시해 시민 설득해야
신뢰 위해 검찰 지휘부 ‘윤석열 라인’ 존재 스스로 정리 필요
수사-기소 분리 맞지만 ‘경찰 파쇼’ 등 우려 불식시키지 못해
민주당도, 새 정부도, 검찰도 ‘판단의 주체’ 시민 지지 얻어야
수사-기소 분리, 개혁 로드맵 함께 제시해 시민 설득해야
신뢰 위해 검찰 지휘부 ‘윤석열 라인’ 존재 스스로 정리 필요
수사-기소 분리 맞지만 ‘경찰 파쇼’ 등 우려 불식시키지 못해
민주당도, 새 정부도, 검찰도 ‘판단의 주체’ 시민 지지 얻어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일반론적으로는 장관은 대통령의 사람이다. 최측근 또는 자기 사람이라는 이유로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만 그동안 검찰개혁을 이야기할 때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상당히 중요한 의제로 제시해왔고 또 현 정권에서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법무부 장관에 현직 검사를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두번째로 법무부는 검찰 관련 업무만 하는 데가 아니다. 인권, 송무, 출입국, 교정,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다문화, 그리고 민법이나 상법 같은 기본법제 등 아주 중요한 업무를 다루는 기관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에서부터 기본 뼈대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항을 다루는, 문자 그대로 국무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처인데, 그 부처의 장으로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인사청문회 때 철저하게 검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후보자는 ‘검언유착 사건’에서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포렌식이 이뤄지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됐다. 이 점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격 사유로 거론되는데
“휴대폰 문제는 인사청문회 때 해결해야 된다.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는 자기부죄금지 원칙(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에 의해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적어도 공직 후보자가 돼 공직을 맡으려고 하는 순간에는 모든 의혹들을 풀어야 될 책임이 후보자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동훈 후보자는 적어도 의문이 집중돼 있는 휴대폰의 <채널에이(A)> 기자 통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명백하게 국민들한테 제공을 해야 된다. 이것은 한동훈 후보자한테 주어진 정치적인 의무다. 수사 때와는 전혀 다른 국면이니까 진술거부권이나 방어권이라는 논리가 들어갈 부분이 아니다.” ―한 후보자뿐 아니라 검찰 내 이른바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존재하는데, 이 점에서도 검찰의 중립성 훼손은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은 검찰이든 경찰이든 독립돼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되는데, 이때 독립이라는 것은 실질적인 독립뿐만 아니라 외관상의 독립도 포함한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 수준을 유지해야 된다. 국민들은 검찰의 속을 들여다볼 수 없고 겉을 보기 때문에 ‘검찰 지휘부가 대통령의 측근이다’라는 외관이 있는 순간 검찰의 독립성 또는 객관성에 대해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게 된다. 윤석열 당선자가 가장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문제인 만큼 윤 당선자 또는 그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당연히 이 부분을 선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 부분은 과거 군사정권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거의 상례화됐던 일이다. 검찰 출신이 아닌 인물이 법무부 장관이 됐을 때는 오히려 검찰과 법무부가 연합해서 그 장관에 저항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이런 부분들은 제도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다. 검찰에 대해 민주적 통제 장치를 제대로 확립함으로써 그런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작업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현 정부에서는 검찰에 대한 정치적 통제는 많이 했지만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전혀 배려를 하지 못했다. 지금 수사-기소권 분리를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시민사회가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열어주지 않고 있다.” ―새 정부에서 검찰을 통한 통치, 검찰권을 활용한 통치의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대통령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누가 보더라도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검찰을 통한 통제 또는 소위 말하는 ‘검찰공화국’이라는 것의 구체적인 현상이 어떨 것인가는 한번 정밀하게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수사권을 통해 정치인·경제인들을 통제하는 게 검찰공화국의 기본적인 모습이다. 그 경우에 정치인·경제인들이 나름의 저항 의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크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 단계는 넘어선 것 같다. 검찰공화국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존재하고 있는 것은 우리 시민들의 저항의 힘이다. 그동안 촛불을 들면서 시민사회는 국가권력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는 힘을 확보했다고 본다. 과연 검찰 출신 대통령이라고 해서 검찰을 장악해 검찰공화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쉽게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윤석열의 문제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을 통해 권력을 장악해 나갈 때 민주당은 어떤 감시·견제의 역할을 할 것인지,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저항을 할 것인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지금 이루어지는 그 모든 걱정은 무의미한 것이 돼버린다.” ―수사-기소권 분리 추진도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그 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것은 검찰개혁의 관점에서 검찰이 가진 권력을 국민들한테 나누어 주고, 수사권을 가지는 경찰과 기소권을 가지는 검찰이 상호 견제와 균형의 틀을 마련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인데, 지금은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경찰한테 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검찰개혁법이지만 한편으로는 경찰강화법이다. 이 법으로 검찰공화국은 막을 수 있지만 다가오는 ‘경찰공화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대응 방안이 있어야 하고 국민들한테 제시해줘야 한다. 수사-기소권 분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려니까 경찰이 무섭고, 그렇다고 반대하려니까 검찰이 무섭고 그런 상황이다.” ―민주당은 경찰 권한 비대화에 대해 인사위원회 강화라든지 외부 감찰기구를 통한 견제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런 방식으로 견제가 가능하다면 검찰도 마찬가지 아닌가. 왜 검찰은 그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정치권이 검찰개혁 방향은 이런 것이고 경찰은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를 동시에 제시하면서 설득을 해야 한다. 법이 통과될 경우 유예기간이 석달인데, 정권 교체기의 혼란 속에서 어떠어떠한 방향을 잡아서 어떻게 노력해서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제시해줘야 한다. 새 정부는 여기에 저항하거나 왜곡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오용하려고 노력할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싸워 나갈 것인지,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되는 것인지, 단순히 박수 치는 것 외에 시민사회가 해야 하는 몫은 어떤 것들인지 이런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다 불안한 상태에서 일종의 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촉박하더라도 지금 서둘러 법안 처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이 검찰개혁의 적기고 이 검찰개혁은 수사-기소권 분리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려면 수사-기소권을 분리한 결과는 어떤 모습이고, 검찰공화국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경찰 파쇼’를 막을 수 있는 어떤 틀이 마련될 것이라는 답이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을 빈칸으로 남겨둔 채 수사-기소를 분리하겠다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무책임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지금 수사-기소 분리 법안에 의하면 공수처는 수사권이 없어진다. 공수처 검사의 직무 규정에 보면 공수처 검사는 검찰청법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검사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돼 있는데, 이 검사의 직무에서 수사권을 빼면 공수처 검사도 마찬가지가 된다. 그동안 검찰개혁을 이야기해왔던 사람들로 하여금 당황스럽게 만드는 국면이다. 개혁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 또는 개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또는 향후 이 개혁을 구체화하기 위한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주었으면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과 관련한 의견을 내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우리 공무원 사회에서 검찰과 법관들만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를 발현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한다. 다른 공무원들은 처벌받을 게 두려워 집단행동을 못 하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국가공무원법에서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을 금지한 것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 공무원들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검찰이나 법원이 집단행동을 할 때는 항상 자기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반성이 결여된 채 시민사회를 의식하지 않은 채 자기들의 조직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만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지금 이 국면에서조차도 정치적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다른 공무원들이라면 시민사회가 자기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먼저 하고 난 다음에 자기주장을 할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나 법원 같은 경우에는 대체로 시민사회의 시선은 안중에 없다. 이런 조직문화를 개혁해야 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 최초로 대법원에서 공소권 남용 판결이 내려졌는데, 그 공소권 남용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지금 지검장으로 승진해 검찰 조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검찰공화국을 걱정하면서 이런 것은 내버려두고 있는 현실이다.” ―민주당과 검찰의 대립이 부각되면서 윤 당선자나 국민의힘의 태도는 간과되는 측면도 있다.
“당연히 새 정부 쪽에서 검찰개혁에 대해 권위 있고 책임지는 응답이 나와야 한다. 단순히 국회에 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하자는 수준이 아니라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바라보는 새 정부의 시선,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이런 것들이 적어도 지금 시점에는 공식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개혁의 방향이나 개혁된 검찰·경찰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든 검찰이든 시민사회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 같다.
“민주당도 그렇고 새 정부도 그렇고 검찰도 그렇고, 그들이 호소해야 되는 대상은 각각의 상대방이 아니라 시민사회다. 그 판단의 주체도 시민사회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의 이야기들을 시민사회에 대해 설득력 있게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해야 되고 그 고민을 바탕으로 시민사회가 자신들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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