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7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숨진 청소노동자의 추모공간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21년 여름, 격무로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유가족이 서울대를 상대로 약 1억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열악한 업무환경과 직장 내 괴롭힘이 청소노동자의 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서울대가 미리 알 수 있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0단독 박종택 판사는 숨진 청소노동자 이아무개씨의 가족이 서울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소송은 이씨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난 2022년 6월 유가족이 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유가족은 지난 2021년 6월 이씨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짜리 기숙사 건물을 오르내리며 100ℓ 쓰레기봉투를 여러 개 나르는 등 격무에 시달렸고, 또한 정장과 구두 착용 같은 ‘드레스 코드’와 영어 시험을 요구하는 등 서울대의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대가 노동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물으며 약 1억4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안전 배려 의무’란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생명·신체·건강 등의 안전을 확보하고 일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노력해야 할 의무로, 이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손해를 입으면 사용자 쪽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6월 이씨는 자신이 담당하던 서울대 기숙사 건물(925동) 직원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같은 해 12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공단은 이씨의 사망이 생전 높은 업무 강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도 이씨를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학교의 안전 배려·보호 의무 불이행으로 이씨가 사망한 것이라는 게 이씨 쪽 주장이다.
쟁점은 이씨의 업무 환경·강도가 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서울대가 예측할 수 있었는지다. 서울대 쪽은 업무 강도에 대한 이씨 쪽 주장이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또 업무와 이씨 사망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날 서울대 쪽은 “(생전에) 업무가 과도했다면 (학교가) 업무를 조정해줬어야 했다는 주장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씨 쪽은 “그렇다”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정신적 부담에 대해서도 학교가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예방 가능성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는 소송을 제기한 이씨의 남편이 변호사와 함께 출석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월20일에 열린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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