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이재명 대표 결백 주장…“검찰, 현미경 들고 땅파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나무 숲인지, 소나무 숲인지는 그냥 쳐다보면 안다. 그런데 검찰은 현미경을 들고 숲속에 들어가 땅을 파고 ‘소나무 디엔에이(DNA)가 발견됐다’고 하는 느낌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와 성남 에프시(FC) 후원금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재판에서 “궤변”, “이상한 논리” 등의 표현을 쓰며 33분간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요지로 직접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2차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프레젠테이션을 띄우고 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에프시 후원금 의혹 관련 공소사실을 3시간 10분에 걸쳐 설명했다.

이 대표는 발언기회를 요청해 30분가량 직접 반박했다. 이 대표는 “검찰 말에 따르면 ‘왜 누룽지 긁듯 딱딱 긁어서 (개발사업의) 이익을 회수해야지 못했느냐, 그러니 배임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라며 “행정관청이 개발하게 하면서 이익을 환수할 건지, 그중 얼마를 (환수)할 건지, 어떤 방식으로 할 건지는 법에 정해진 의무가 아니다. 권한이긴 하다. 그러나 그 권한도 심하게 행사하면 비난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들이 저항할 수 없는 그 단계까지 다 회수해야 한다는 게 지금 검찰의 입장인 것 같은데, 왜 행정관청이 그렇게 해야 하나. 제가 공산당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은 ‘대장동 개발 이익 5503억원을 환수했다’는 이 대표 주장을 ‘3대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부담시킨 1공단 공원화 비용, 서판교 터널 공사 비용 등을 ‘환수이익’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세상에 이런 궤변이 어디 있나. 1공단을 매입해서 공원을 만들려면 시의 예산이 들어간다. (민간업자 비용 부담으로) 시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공원이 조성되는) 이익을 봤다”라며 “성남시의 이익이 아니라고 우기는 건 시가 확보한 이익이 얼마 안 된다는 걸 강조하려는 것 같은데 과하다”라고 말했다.

성남에프시에 후원금을 내게 했다며 자신에게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방치된 흉물 건물을 두산건설이 활용하도록 바꿔주고 공적환수를 하는 게 이득이지만 전임 시장들이 하지 않았다”며 “차병원 등에 특혜를 준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끝으로 재판부를 향해 “이런 식으로 공직자들의 공무수행에 대해 사후적 관점으로 문제삼으면 정책결정을 하는 공무원들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을 대장동·위례·성남 에프시 사건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에 배당했다.

오연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