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김울림씨
주 5일 근무 시대를 맞아 뜨고 있는 직업 가운데 하나가 학예사다. 주말에 자녀의 체험학습을 위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나들이를 가는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학예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이나 유물을 수집·관리하는 일을 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학예사는 소몰리에(와인 감정사)같은 직업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맛을 보는 직업이지요. 소몰리에는 혀로 맛을 보지만, 학예사는 눈으로 맛을 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교육홍보팀 학예사인 김울림(39)씨는 “작품이나 유물을 매개로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직업이 바로 학예사”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과 유물을 가장 잘 이해하는 동시에 관람객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람객에게 좀더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예사들이 작품이나 유물을 보는 눈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예사가 미적 감각을 갖고 있어야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물이 관람객을 맞이할 때까지 학예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까? 가장 중요한 일이 전시 기획이다. 김씨는 “전시의 성공 여부는 기획 단계에서 절반 가량 결정된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어떤 전시를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전시의 주된 타깃을 어떻게 잡을지도 결정해야 한다.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시의성도 중요하다. 김씨는 남북 관계가 해빙기에 들어섰을 때 ‘금강산전’을 개최해 성공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같은 유물이라도 어떤 시기에 어떤 테마로 전시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전시 기획은 기업체의 상품개발 과정과 비슷하다. 관람객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은 기업체의 시장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시의 방향이 결정됐으면, 전시의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전시물이 뭐고,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관람객 수요와 전시물 목록을 조사해서 기획안을 만든다. 기획안이 통과돼 전시가 확정되면 전시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자신이 속한 박물관에 없는 것이라면 섭외해서 빌려와야 한다. 전시물에 대한 연구와 해석을 통해 전시 시나리오를 짜고 연구 결과를 담은 ‘도록’을 펴낸다.
확보된 전시물을 주제에 맞게 진열하는 것도 학예사의 몫이다. 진열을 잘못하면 자칫 따분한 전시가 될 수도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람객들의 동선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전시물을 배치한다. 빛의 방향과 밝기 등 조명과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씨는 “학예사들은 평소 백화점 진열대를 눈여겨 본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에는 전시장에 배치될 도슨트(전시물 해설자)와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고 관리한다.
전시 기획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교육이다. 박물관-학교 연계 교육, 가족·어린이 대상 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도 학예사가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할 중요한 서비스다. 김씨는 “박물관·미술관-학교 연계 교육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 것으로 보인다”며 “박물관·미술관 교육 분야의 경우 앞으로 개발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자기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좀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데 더없이 좋은 직업이 학예사라고 말한다.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동양미술사를 공부한 그가 학예사로 박물관에 발을 디디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기획한 전시를 본 사람들이 찾아와서 즐거웠다거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할 때면 학예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역사와 전통, 예술, 문화에 관심이 있고, 또 그것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학예사에 도전해 보세요.”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김씨는 자기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좀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데 더없이 좋은 직업이 학예사라고 말한다.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동양미술사를 공부한 그가 학예사로 박물관에 발을 디디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기획한 전시를 본 사람들이 찾아와서 즐거웠다거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할 때면 학예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역사와 전통, 예술, 문화에 관심이 있고, 또 그것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학예사에 도전해 보세요.”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