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고 3학년 2반 학생들이 경제수업시간에 권영부 교사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신문기사를 읽은 뒤 자신의 생각을 쓰고 있다.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서울 동북고 권영부 교사
“오늘이 1단원 마지막 시간이죠? 이번 시간에는 패스트 푸드 소비 문제를 기회비용과 합리적인 선택 차원에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으로 단원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동북고 3학년 2반 교실. 권영부 교사가 담당하는 경제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권 교사는 학생들에게 토론과정 메모지 한 장씩을 나눠줬다. 다른 친구들의 의견과 그 의견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 주요 쟁점 및 반론 등을 써 넣을 수 있게 돼 있다. 학생들의 책상 위에는 여느 경제 교과서와는 사뭇 다른 교재가 놓여져 있었다. <읽기와 쓰기로 익히는 경제>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권 교사가 경제시간에 가르쳐야 할 내용을 재구성해서 만든 교재다. 현실 경제를 다룬 신문 기사를 통해 딱딱한 경제 이론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된 엔아이이(NIE; 신문활용교육)형 경제 교과서다.
한 단원 마무리는 신문활용 수업
자신만의 문제의식·접근력 키워
사회는 외우기? 이해와 표현이죠! “먼저 교재에 실려 있는 신문기사를 읽은 뒤 패스트 푸드를 자주 먹어 발생하는 비만이 소비자의 책임인지, 생산자의 책임인지 토론해 봅시다.” 권 교사가 토론 소재로 삼은 기사는 햄버거의 폐해를 지적한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를 제작한 모건 스펄록 감독의 인터뷰 기사였다. 기사를 다 읽은 학생들은 각자 자기의 생각을 발표했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패스트 푸드의 문제점이 이미 충분히 알려졌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판단을 해야 합니다. 몸에 안 좋은 줄 알면서도 가려 먹지 못한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는 담배와 달리 햄버거 등 패스트 푸드에는 소비자에게 유해성을 일깨워주는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경고 문구도 없이 패스트 푸드를 판 생산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발표가 끝나자 권 교사는 학생들에게 친구들의 의견을 참고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교재에 써 보도록 했다. “여러분은 항상 자기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접근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의 주장을 듣고 메모하고, 그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정리해가는 것이 바로 논술입니다.” 권 교사는 “이렇게 하면 수업시간에 충분히 논술 능력을 키워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한 단원을 마무리할 때면 늘 이런 식으로 ‘엔아이이 활동’을 한다. 단원에서 배운 개념과 관련 있는 신문기사를 읽은 뒤 토론하고 글을 써 보게 한다. 이날 끝마친 단원은 ‘경제활동의 이해’로, 생산과 분배, 소비에 대해 배운다. 교재의 ‘엔아이이 활동’ 부분은 기사 한 꼭지와 몇 개의 생각할 거리로 구성되는데, 이날 토론 소재로 삼은 인터뷰 기사에는 패스트 푸드에 따른 비만의 책임을 따지는 문제 외에 △패스트 푸드 소비라는 경제활동에 따른 기회비용은 무엇일까 △합리적인 소비는 개인의 책임일까, 아니면 다른 개별 경제 주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공동의 문제일까 △앞으로 어떤 먹거리를 선택할 것인가 등 4개의 문제가 제시돼 있다. 신문기사가 ‘엔아이이 활동’ 때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배우는 시간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예를 들면, ‘용역’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는 서비스 시장 개방 문제를 다룬 기사가 실려 있고, ‘분배’를 설명할 때는 소득 5분위 배율을 근거로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기사가 읽을 거리로 제시된다. 각 단원의 맨 끝에 실려 있는 ‘경제논술’도 눈길을 끈다. 수업시간에 배운 개념을 활용해야 쓸 수 있는 논술문제와 학생이 쓴 모범답안, 권 교사의 첨삭 결과가 실려 있다. 권 교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엔아이이 전도사’다. 벌써 16년째 수업시간에 신문을 활용해 오고 있다. 사회와 소통하는 수업을 하고 싶어서다. 그는 읽기와 쓰기 위주의 ‘논술형 수업’보다는 문제풀이 수업이 수능시험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고정관념일뿐이라고 말한다. “흔히들 사회과목 하면 암기를 떠올리는데, 무조건 외울 게 아니라 읽고 표현하는 수업을 해야 사고력이 커지고, 그래야 논술은 물론 수능시험도 잘 볼 수 있어요.”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자신만의 문제의식·접근력 키워
사회는 외우기? 이해와 표현이죠! “먼저 교재에 실려 있는 신문기사를 읽은 뒤 패스트 푸드를 자주 먹어 발생하는 비만이 소비자의 책임인지, 생산자의 책임인지 토론해 봅시다.” 권 교사가 토론 소재로 삼은 기사는 햄버거의 폐해를 지적한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를 제작한 모건 스펄록 감독의 인터뷰 기사였다. 기사를 다 읽은 학생들은 각자 자기의 생각을 발표했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패스트 푸드의 문제점이 이미 충분히 알려졌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판단을 해야 합니다. 몸에 안 좋은 줄 알면서도 가려 먹지 못한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는 담배와 달리 햄버거 등 패스트 푸드에는 소비자에게 유해성을 일깨워주는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경고 문구도 없이 패스트 푸드를 판 생산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발표가 끝나자 권 교사는 학생들에게 친구들의 의견을 참고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교재에 써 보도록 했다. “여러분은 항상 자기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접근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의 주장을 듣고 메모하고, 그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정리해가는 것이 바로 논술입니다.” 권 교사는 “이렇게 하면 수업시간에 충분히 논술 능력을 키워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한 단원을 마무리할 때면 늘 이런 식으로 ‘엔아이이 활동’을 한다. 단원에서 배운 개념과 관련 있는 신문기사를 읽은 뒤 토론하고 글을 써 보게 한다. 이날 끝마친 단원은 ‘경제활동의 이해’로, 생산과 분배, 소비에 대해 배운다. 교재의 ‘엔아이이 활동’ 부분은 기사 한 꼭지와 몇 개의 생각할 거리로 구성되는데, 이날 토론 소재로 삼은 인터뷰 기사에는 패스트 푸드에 따른 비만의 책임을 따지는 문제 외에 △패스트 푸드 소비라는 경제활동에 따른 기회비용은 무엇일까 △합리적인 소비는 개인의 책임일까, 아니면 다른 개별 경제 주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공동의 문제일까 △앞으로 어떤 먹거리를 선택할 것인가 등 4개의 문제가 제시돼 있다. 신문기사가 ‘엔아이이 활동’ 때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배우는 시간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예를 들면, ‘용역’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는 서비스 시장 개방 문제를 다룬 기사가 실려 있고, ‘분배’를 설명할 때는 소득 5분위 배율을 근거로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기사가 읽을 거리로 제시된다. 각 단원의 맨 끝에 실려 있는 ‘경제논술’도 눈길을 끈다. 수업시간에 배운 개념을 활용해야 쓸 수 있는 논술문제와 학생이 쓴 모범답안, 권 교사의 첨삭 결과가 실려 있다. 권 교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엔아이이 전도사’다. 벌써 16년째 수업시간에 신문을 활용해 오고 있다. 사회와 소통하는 수업을 하고 싶어서다. 그는 읽기와 쓰기 위주의 ‘논술형 수업’보다는 문제풀이 수업이 수능시험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고정관념일뿐이라고 말한다. “흔히들 사회과목 하면 암기를 떠올리는데, 무조건 외울 게 아니라 읽고 표현하는 수업을 해야 사고력이 커지고, 그래야 논술은 물론 수능시험도 잘 볼 수 있어요.”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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