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리나후도(linajudo)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문가의 사람’으로 풀이돼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통용된 뜻은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잡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증거를 수집하고 뒤지는 사람’이 이들이다. 근대 초기인 16세기에 스페인은 유럽의 패권국이자 ‘약탈적 세계화’의 선두주자였다. 당...
근대 초기 치열한 해양 쟁탈전을 벌인 유럽 나라들은 세를 키우려고 민간 배의 무장까지 허가했다. 해적선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를 사략선(私掠船)이라고 한다. 이들은 노략질할 대상을 찾으려고 바다 이곳저곳을 갈지자 모양으로 돌아다녔다. 이것이 십자가(cross)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크뢰이선(kruisen)으로 표현됐...
복숭아꽃 오얏꽃이 비록 고우나/ 다소 천박한 듯해 믿기 어렵고/ 소나무 잣나무는 특별한 교태 없으나/ 추위를 견디므로 귀히 여기는구나/ 여기에 좋은 꽃을 키워내는 나무가 있어/ 눈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네/ 알고 보면 잣나무보다 나으니/ 동백이란 이름이 맞지 않구나 고려 중기 문인인 이규보의 시 <동백꽃...
통풍을 영어로 가우트(gout)라고 한다. 어원인 라틴어 구타(gutta)는 ‘한 방울’이라는 뜻을 갖는다. 핏속의 나쁜 물질 한 방울이 관절 부위에 떨어져 생기는 병이라는 얘기다. 운치가 느껴지는 표현이지만 심한 통증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한자 표현은 직설적이다. 바람(風)만 스쳐도 아프다(痛)는 뜻이니 실감이 ...
‘시민사회’는 익숙하면서도 쉽지 않은 개념이다. 이 말이 유래한 서양에서도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다. 시민사회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polis)에 뿌리를 둔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의 무대인 폴리스는 ‘공공 생활의 모든 영역’을 의미했다. 공공은 개인과 직계가족·가정을 뜻하는 ‘사적인 것’과 대비된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화무십일홍)고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꽃도 여럿 있다. 긴 여름을 넘어 가을까지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배롱나무와 능소화 꽃이 대표적이다. 둘 다 은근히 화려하다. 두 나무의 위상은 자미(紫微)라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능소화는 자미꽃, 배롱나무는 자미수로 불렸다. 자미궁은 천제(天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