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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근혜 회견, ‘대통령급 편성 요구’에 “시끌”

등록 2006-01-24 14:53수정 2006-01-24 21:13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최고위원과 이재오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경남 창원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열린 ‘날치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 아이 지키기 경남대회’에서 고개를 숙인채 함께 묵념을 하고 있다./최병길/정치 2006.1.20 (창원=연합뉴스) choi21@yna.co.kr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최고위원과 이재오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경남 창원실내체육관 앞 광장에서 열린 ‘날치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 아이 지키기 경남대회’에서 고개를 숙인채 함께 묵념을 하고 있다./최병길/정치 2006.1.20 (창원=연합뉴스) choi21@yna.co.kr
한나라 “밤10시 생방송해달라” 요구에 누리꾼 “야당대표가 대통령과 동급?”
“대통령이 10시에 연설할 때는 ‘황금 방송시간대에 시청권 침해, 독재적 발상’ 운운하더니 자기들도 똑같은 시간대로 요구했다니… 스스로 ‘수구 꼴통’임을 증명해버리는군!” (네이버 `arhan2')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대해 반론권 차원에서 대통령과 같은 시간대에 박근혜 대표의 신년 회견을 요청했다가 거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일 생방송으로 중계된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비판하며 오는 26일 박근혜 대표가 신년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컷뉴스>는 24일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연설한 같은 시간대 방송시간을 편성해 달라는 요구가 방송3사에 거부당하자 ‘아침시간대로 편성해달라’며 다소 ‘톤’을 낮춰 비공식적으로 다시 요청했지만 방송 3사의 아침뉴스 시간대가 서로 달라 이마저 수용되기 어렵게 됐다”며 “(한나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는 또 한나라당 초선 의원의 말을 빌어 “한나라당이 애초부터 현실가능한 제안을 방송사쪽에 했어야 했다”면서 “야당 당수와 대통령의 위상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다 모양새만 우습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노 대통령 신년회견 직후인 20일 브리핑에서 “방송사가 야당대표의 반론권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어떤 훼방을 놓더라도 이번 만큼은 간단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홍보기획위원장도 20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청와대가) 방송사에 황금시간대 생방송을 요구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방송권을 침해했다는 불만의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방송권을 대통령만이 갖는다는 인식은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수 있는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노컷뉴스의 보도대로라면 한나라당이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하고 독재정권의 권위주의적인 발상을 그대로 따르려 했던 셈이 된다.


한나라당 “황금시간대 대통령 연설 생방송은 시청자 방송권 침해” 비판

이런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다른 정치세력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비난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해당 기사에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비난의 화살은 주로 박 대표를 향하고 있고, 유신시대의 여야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미디어다음에서 ‘caprio3’는 “집권을 염두에 두는 정당이라면 국가원수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보일 줄 알아야 한다”며 “어이가 귀싸대기를 때린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에 안드는 일은 사사건건 반박권을 줘야 하느냐”며 “주례사도 반박하고, 목사님의 설교에도 반박할 권리를 주어하겠다”고 비아냥거렸다.

‘브릿튼’은 “자신이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이런 정치는 아직도 우리 국민을 70년대 국민으로 보기에 가능하다”며 “박 대표는 야당대표이지 대통령도 대통령의 딸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한토마(hantoma.hani.co.kr)에서 ‘jun902’는 “1야당 대표가 연설하고, 형평성을 따져 2야당 대표, 3야당 대표도 연설하고, 국민의 대표이니 제4당 대표도 연설하고, 새로 생긴 정당도 연설하고…이렇게 형평성을 따져 국회의원 모두에게 방송연설을 허용해야 하느냐”며 “대통령이 하니까 똑같이 대우 해달라니… 유신 때도 그랬느냐”고 비아냥 거렸다.

네이버에서 ‘arahan2’는 “대통령은 전국민이 뽑아준 나라 최고통치자로서 자격으로 연설을 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표가 같은 의도라면 뽑아준 지역구나 박 대표를 좋아하는 경로당에서 연설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누리꾼들은 ‘기사체 패러디’ 댓글로 비꼬기도 했다.

“박근혜 대표. 강남에 제2청와대 지어달라 파문. 국군통수권 달라 파문.”(네이버 bulcw) “박근혜. 노무현급 화장실 제공 요구했다가 좌변기 없어 낭패 파문~”(swy0707) “박근혜 대표.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 때 영부인 제치고 대통령 옆자리 요구 파문...이에 영부인 당황. ”(friend73) “보좌관 ‘수첩에 대통령과 야당총수의 차이를 적어놓겠다’ 발언 파문.”(tturks)

누리꾼 “야당대표와 대통령이 동격?” “야당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권리”

그러나 일부 누리꾼은 대통령과 동등한 발언권을 요구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당연한 권리라며 한나라당을 옹호했다.

네이버에서 ‘purple’은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국민이 어디가 더 옳고 바람직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며 “대통령의 주장만 옳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억새길’은 “대통령은 정책을 통해 소속정당의 지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야당도 국민의 지지를 통해 집권을 하고자 하니 제1야당에도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게 공정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ksghks84’는 “방송국을 정권 낙하산으로 편성했으니까 거절당하는 것”이라며 “이러고도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국가라고 우기는 것을 보면 웃기다”고 말했다.

한나라 “편성권없는데 강요할 수 있나” 일축…오전 중계수용 시사

한편 한나라당은 24일 오전 주요당직자 회의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표의 26일 기자회견과 관련 한나라당은 각 방송사에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과 같은 시간대 같은 형식의 방송을 해줄 것을 거듭 요구한다”며 “방송위원회는 야당의 반론권에 주의하여 이 문제가 분명하게 성사될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런 원칙론적 입장과 달리 관련 당직자들은 현실적 방안을 모색중이다.

정병국 홍보기획위원장은 24일 “박 대표 회견 중계에 대해 방송사로부터 공식적 입장을 아직 받지 못했다”며 “방송사로부터 회신을 받은 뒤 당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우리가 1차로 원한 밤 10시 생방송은 어렵다고 본다“며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방송사가 중계하는 쪽으로 방송사와 접촉중”이라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노컷뉴스의 보도에 대해 “우리가 방송 편성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강요를 할 수 있나”고 일축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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