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정원씨
텔레비전 드라마나 광고에 나오는 음식은 유난히 맛깔스럽게 보인다.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도 없는데 침이 꼴딱 넘어간다. 잡지나 요리책 같은 인쇄매체에 실린 음식도 마찬가지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입이 즐겁다. 마치 눈으로 음식을 꼭 찍어 맛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든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고?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세계를 알면 궁금증이 풀린다.
무슨 일 하나= “음식에 시각적인 생명을 불어넣은 직업이라고 보면 돼요.” 7년차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원(33)씨는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음식을 만들어서, 그릇에 먹음직스럽게 담아 내고, 음식과 잘 어울리는 소품을 활용해 식탁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일이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이 음식을 ‘스타일링’하는 주된 목적은 다른 사람들에게 잘 차려진 음식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하는 일도 카메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 드라마, 광고, 잡지 등에 내보낼 음식 관련 장면을 연출해 카메라 앞에 풀어놓는 작업이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일거리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방송>의 ‘결정! 맛대맛’ 같은 음식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음식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몫이다. 직접 방송에 출연하지는 않지만,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이 방송 프로그램 곳곳에 숨어 있는 셈이다. 얼굴 없는 ‘음식의 마법사’라 할 만하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일감에는 이 밖에도 레스토랑의 메뉴 개발 및 메뉴판 제작, 식품 업체의 카달로그 제작, 요리책이나 잡지 요리코너에 소개할 요리 개발 및 조리법 작성, 음식 사진 연출 등이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되려면= 우리나라에는 아직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정규 교육기관이 많지 않다. 최근에 청강문화산업대, 대경대, 혜전대 등 몇몇 전문대에 학과나 전공 과정이 개설됐을 뿐이다. 그래서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의 대학 전공은 식품영양학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김씨도 직업과는 전혀 무관한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출신이다. 김씨는 “요리를 좋아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양성과정이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중견 푸드 스타일리스트 중에는 그 방면의 ‘대가’ 밑에서 개인적으로 이론과 실기를 전수받거나,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으로 연수를 다녀 온 사람들이 많다. 최근 들어서는 대학 부설기관이나 요리학원 등에서 푸드 스타일리스트 또는 푸드 코디네이터 교육과정을 많이 개설해 나가는 추세다. 관련 자격증으로는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이 주는 푸드 코디네이터 자격증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민간 자격증일 뿐이며, 꼭 자격증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의 성격상, 요리 능력은 기본이고 미적 감각, 색채 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성격이 꼼꼼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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